거의 1년 만에 미디엄에 글을 쓰네요. 언제까지 시리즈가 이어질진 모르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준비하며 느끼는 점을 간간히 써볼까 합니다.
들어가며
‘S/W 사관학교 정글(이하 정글)’에 들어온 지 1주일이 흘렀다. 1주일이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게 정신 없이 흘러갔던 것 같다. 평소였다면 그냥 흘러갔을 1주였지만 정글의 첫 1주는 남달랐다.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어느새 밥만 먹고 프로그래밍에 몰입한 나 자신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달리기만 했다 보니, 오늘은 조금 숨을 고르고 정글에 들어오기 전의 나를 돌아보고, 정글 중의 나, 정글 후의 나 자신을 기록하고자 한다.
과거를 돌아보며
대학생 때 ‘멋쟁이 사자처럼’이라는 활동으로 처음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프로그래밍을 배우면 당연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하 엔지니어)의 길을 생각했을 법 한데, 그 당시에는 엔지니어라는 직업은 나의 직업 선택지에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에 무지와 편견으로 가득찼던지라) 성향 상 나 자신은 엔지니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택한 길이 UX디자이너, PM이었다. 인간과 기술을 잘 이해함으로써 사용자 경험을 바꾸는 UX 디자이너가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다. 기술과 인문을 모두 잘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가 될 것 같은 UX 디자인 커리어는 내가 반드시 해야 하는 필연적인 길처럼 보였다.
그래서 대학교 4학년 때는 UX에 올인해 취업을 했었다. 그렇게 일을 하다보니 (원래 비즈니스 전공이기도 했고, 비즈니스에도 관심이 많았던지라) 자연스럽게 PM으로 직무 확장을 했다.
그런데 올 한해 동안 여러 가지 활동도 하고 생각도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고, 대학 4학년 때 가졌던 생각들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예전의 나는 깊이 보다는 넓고 얕게 파는 걸 추구하고, 스스로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것을 좋아하고, 꽤나 ‘문과’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운 일을 하고 다시 학교 공부를 하다보니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새로운 성향들을 알게 되었다.
- 내가 디자인보다는 상대적으로 기술을 더 좋아한다는 것 & 한가지에 파고드는 걸 꽤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시각적인 것도 좋지만, 시스템을 만들고 체계를 갖추고 정보를 퍼즐 마냥 조립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컴퓨터 과학 과목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초여름, 새로운 성향을 발견한 나는 앞으로의 커리어를 어떻게 꾸려나가면 좋을지 한창 고민하게 되었다.
3년 정도 UX, PM 일을 해왔지만, 앞으로도 PM 커리어만 쌓아나갈지, 다른 일을 해볼지, 만약 다른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해볼지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대학생 때 접어놨던 ‘엔지니어 커리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1.PM 일을 하면서 대학생 때 엔지니어에 대해 가졌던 편견과 무지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새로 발견한 나는 엔지니어를 하기에도 꽤 적합한 성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2.또한 PM 일을 하다보니 무조건 큰 방향, 큰 설계 부터 생각하는 탑다운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균형 잡힌 사고를 위해서 바텀업 사고방식의 필요성을 느꼈고 “엔지니어 일을 하면 그런 사고를 좀 기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엔지니어 커리어에 영향을 끼쳤다.
3.마지막으로 아이러니하게도 “PM에 대해 궁금하니 엔지니어를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PM일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대개 PM은 그 팀에 1명이므로 다른 PM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제대로 옆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오히려 PM과 가장 가깝게 일하는 직업 중 하나인 엔지니어로 일하면 더 좋은, 나보다 잘하는 PM들과도 일할 수 있을테니 PM일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막연히 했다.
물론 다른 이유들도 있었지만, 결국 위와 같은 큰 이유들로 인해 올해 여름, 엔지니어로 커리어 전환을 해보자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마냥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4~5년차 PM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몸값을 올리기 좋은 연차와 경험 덕분에 이직 제안도 많이 받았었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 또한 PM이 아예 맞지 않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눈 앞의 더 좋은 잠재보상을 뿌리치고 몇 달이 될지 모르는 손해를 감수하고 야생으로 뛰어들 결정을 하는건 (더군다나 이 시국에) 쉽지만 않았다.
그렇지만 해보고 싶었다.
내 모토가 ‘죽기 전에 2번 후회 할 일들을 만들지 말자.’ 인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 결정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2번 후회 할 것 같았다.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바닥에서 시작한다 해도 경험과 IT 업계 경력이라는 베이스가 있으니 마냥 맨 땅에 헤딩은 아니라는 생각도 조금 있었다.
그래서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커리어 전환을 위한 프로그래밍 공부를 독학하기 시작했다.
물론 UX 디자이너, PM으로 일을 하면서도 중간중간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곤 했었다. 직접 프론트 엔드 구현을 해보고 싶어 Javascript 수업을 듣기도 했고, 실무에서 쓰기 위해 SQL도 공부해 데이터 분석을 진행했었다.
그러나 당시의 모든 공부는 내 업무를 위한 보조 수단 혹은 개인적인 니즈에 의한 공부였지, 업을 위한 공부는 아니였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느슨하게, 프리하게 공부를 했었고, 인생에서 비중 있는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프로그래밍 공부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나는 이 공부를 진지하게 대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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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