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
SW 사관학교 정글을 수료하고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시간이 꽤 흐른만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한번 복기해보려고 한다.
현재 글로벌 게임회사에서 서버 개발자로 4개월 차 근무 중이다. 수료를 하고 한 달 정도 취준을 했는데, 운이 좋게 6월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3편에서 얘기했듯이, 나는 ‘챌린징 한 일을 하는 회사’에 가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 있는 회사는 꽤 안정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와서 보니 아직도 해야할게 산적해있고 앞으로 하고싶은 것도 많아서 재밌게 잘 다니고 있다.
주니어 개발자 시절에는 어디서 무얼 하든 성장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 회사는 보고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잘 하기만 하면 쑥쑥 성장할 수 있지않을까 싶다.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취업 준비를 했었고, 입사 후 고군분투, 앞으로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남겨보려고 한다.
취업 준비
수료 후 내가 세웠던 취업 전략은 아래와 같다.
- 내가 가고싶었던 곳 위주로 준비해서 빠르게 합격하자
여기서 내가 가고싶은 곳이란, 보통의 취준생처럼 ‘네카라쿠배’만을 의미하진 않았다.
내가 생각했을 때 성장가능성 높고, 개발문화가 준수하고, 개발자로서 나쁘지않게 성장할 수 있을만한 곳이었다.
(참고로, 개발자로 전환하기 전에 몇 년 동안 IT,테크 업계에 종사했었기 때문에 어디가 유망하고 어디가 괜찮은 곳인지에 대한 감각이 어느정도 있었다.)
2. 기술 스택은 사실 백엔드라면 크게 상관 없다.
파이썬을 주로 공부해오긴 했지만, 정글을 수료하면서 파이썬이든 자바든 신입 개발자에게 언어 스펙은 큰 상관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펀더멘탈이 중요하고, 기초적인 프레임워크 활용이나 스킬은 그때그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글에서 배운게 ‘배우면 되지’ 라는 마인드였기 때문에 이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런 전략을 가지고 첫 일주일에 전형을 4개 정도 진행했었다. 근데 거의 시작하자마자 서서히 전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진행한 4개 전형 모두 면접, 코딩 테스트에서 광탈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4개를 광탈하니 꽤나 충격을 먹었다.
탈락했던 이유도 사실 보면 꽤나 명확했다.
- 면접을 준비했다고 했지만, 첫 라이브 코딩을 망쳤다.
- 코딩테스트를 100% 다 풀지 못했다.
이처럼 나에게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이 보였기 때문에 괜한 화풀이를 하지도 못했다.
충격을 조금 추스리고, 바로 그 다음주에 2개 회사 전형을 시작했다.
이 때는 약간 희망을 가졌던게, 기존에 업계에서 일을 해왔다보니 가지고 있던 네트워크가 있었는데, 이번에 진행한 전형들이 그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그치만 결론은 탈락!
(사실 신입보다는 경력 위주로 뽑는 유니콘 기업들이라서 아무리 추천을 받았어도 내부의 벽이 꽤나 컸던 것 같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기존에 IT 업계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보니, 어느정도 플러스 요소가 있지않을까?’라 생각했었는데, 그런 경력도 기본 실력이 있어야 시너지가 나는거지 보여줄 수 있는게 제대로 없으면 그냥 +0에 가깝다는 교훈을 얻게 된 주차였다.
그 후, 세웠던 전략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면접이나 코딩 테스트 경험도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지원 회사 수를 대폭 늘렸다.
기존에는 유망한 유니콘 혹은 잠재 유니콘 기업 위주로 생각해왔지만, 그런 곳은 너무 한정되어있었기 때문에 우선 지원 횟수를 늘려서 경험을 쌓는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순차적으로 약 40여 군데를 지원했다. 우선순위 1순위부터 5순위까지 나름대로 리스트업을 해서 5순위부터 넣었다.
한두군데씩 서류가 붙기 시작했고, 코딩 테스트를 보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탈락할 때마다, 다음 지원 그룹에 지원하기 전에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교정하면서 점검하면서 서류를 업그레이드 해나갔다.
그렇게 지원하고, 떨어지고, 또 코딩테스트를 보고, 면접을 보고, 떨어지고 이러길 반복했다.
(취업을 하고나서 보니, 최종 서류 합격률(14/44)이 약 30% 정도더라.)
그러다 보니 면접과 코딩테스트의 윤곽이 어느정도 보였고 자신감도 약간씩 붙기 시작하더니 결국 1개 회사를 합격하게 되었다.(고민 끝에 오퍼를 수락하진 않았다.)
합격한 회사를 뒤로하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와 우아한형제들의 전형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코딩테스트 합격을 해서 2차 과제를 준비해야 했고, 현 회사는 2차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둘다 좋은 회사라 생각했고, 우아한형제들의 전형 기간이 현 회사보단 길었기 때문에 현 회사 면접을 보고 우아한 형제들 과제를 준비하려 했지만, 현 회사에 최종합격하게 되면서 최종적으로 우아한형제들은 전형포기를 했다.
(둘다 합격하고 고른 상황은 아니었지만, 현재 회사는 글로벌 서비스이고 우아한형제들은 아직까지 한국 베이스 서비스라는 점이 나에겐 꽤 큰 결정기준이었다.)
입사 후
입사 전부터 걱정이 약간 들었다.
-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이는 자바 스펙이 아니라 C#을 메인 언어로 쓴다는 점,
- 내가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한 업계(게임 업계)에 간다는 점,
- 경력이 있긴 하지만 개발 경력은 신입이기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등등
걱정이 들긴했지만 개발자로서 잘 성장할 수 있을 것 같고, 새로운 업계인 만큼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 계속 용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입사하고 2달 정도는 신입 교육을 받았다.
- 회사 프로세스, 조직 관계
- 프로그래밍 스타일, 업무에 주요 쓰일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들
-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는 법
등을 주로 교육 받았고, 3달차부터 실무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
1달차 이후 부터는 거의 매일 야근했던 것 같다. 교육을 받을 때에도 편하게 교육 받기 보다는, 부여받은 요구사항을 ‘내가 정한’ 시간 안에 잘 개발하고 싶어서 동기와 같이 자발적으로 일을 했다.
실무 개발부터는 야근 강도가 심해졌다. 교육과 실무 개발은 엄연히 달랐기에 우당탕탕 하는게 더 많아졌다. 아무리 선배가 있고 물어볼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들이 처음부터 AtoZ를 가르쳐주는 시스템은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더 많이 찾아보고 삽질해야 얻어갈 것이 있었다. 그럴려면 주어진 시간 내에 더 많이 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도 얘기한 적은 없지만) 스스로 가지고 있던 ‘정글 출신’에 대한 사명감(?)이 약간의 부담감과 에너지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정글 출신’이 기대한 것만큼 초반에 잘 적응해주어야 나 뿐만 아니라 후배 기수들이 제대로 이 업계에서 개발자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일에 몰입했다.
이제 4개월 차로서 돌이켜보면, 폭풍 같은 초반 시기를 잘 지나온 것 같다.
앞으로
- 이제 개발자 준비생 딱지를 떼고, 현업 개발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다행스럽게도 (Part 1에서 적었던) 개발자와 잘 맞을 것 같은 내 성향과 현재의 생활이 다르지 않아서 만족스럽다. 앞으로는 한 명의 개발자로서 내 몫을 하기 위해 수련만 잘 하면 된다.
- UX 디자이너 → 프로덕트 매니저를 거쳐 SW 엔지니어까지 커리어를 만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변화무쌍 하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내가 하고싶은 걸 택해왔고,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라는 결은 같기 때문에 변화무쌍이라는 말이 안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 한 직업을 꾸준히 연마해온 정파(?)가 아닌 사파의 길을 택한만큼 나만의 길을 잘 만들고 싶다. SW 엔지니어로서 재밌게, 잘 살다보면 나만의 길이 점점 만들어질 것 같다. 앞으로의 인생이 기대된다.
Part1부터 Part4까지 나만의 SW 엔지니어 전환기를 모두 정리했다. 앞으로도 커리어에 굵직한 변화가 생길 때마다 기록해놓아야겠다.